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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어 의도치 않게 혼자 도쿄를 다녀왔었다.

지금까지는 여럿이서 일본을 다녀왔었는데 혼자 다녀오는 건 처음이었다.


이번 여행이 생각보다 기억에 남아서 여행기로 남기기로 했다.

이제 돌아온 지 2주 정도 지났는데 풍경을 눈에 담는 데만 열중하느라 사진도 그렇게 많이 찍진 않았기에 잘 쓸 수 있을진 모르겠다.



4월초에 비행기 표를 예매하는데 6월 23일에 출국하고 27일에 귀국하는 비행기가 가장 저렴했다.

그래서 여행 일자도 자연스럽게 6월 23일~27일, 4박 5일로 정해지게 되었다.


숙소는 도쿄에서 사는 친구네 자취방에 신세를 져볼까 생각했지만 너무 민폐끼치는 것 같아서 그냥 우에노에 있는 캡슐호텔을 예약했다.


사실 그렇게까지 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왕 가는 거니까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녀오자고 생각했다.

일정은 대략적인 틀만 잡아두고 가볼 만한 곳만 대충 알아보고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기로 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7시 45분이라 서울역에서 오전 3시 20분에 출발하는 심야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4시 반쯤 도착해서 공항에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벤치에 누워서 쪽잠을 청하는 사람들, TV에서 나오는 해외축구 라이브 중계방송을 보는 사람들.

다들 아침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느라 노숙하고 있는 듯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포켓와이파이를 수령하고 국제선 출발 현황판을 찍었을 때가 새벽 4시 47분이었다.


5시가 되자 은행에서 운영하는 환전센터가 일제히 문을 열기 시작했다.

체크인 카운터도 차례대로 문을 열기 시작했다. 공항이 조금 생기를 찾은 듯 했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캐리어를 부치고 탑승동으로 들어갔다.

매우 이른 시간대라서 그런지 출입국 심사하는 곳에 공항 직원 외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짐 검사하고 자동 출입국 심사까지 하는데 1~2분 정도밖에 안 걸린 것 같다.



상점이 들어서 있는 탑승동 또한 사람이 없었고 문을 연 곳 또한 면세점뿐이었다.

면세점 직원들이 조용히 잡담을 하거나 가만히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인천공항 탑승동은 굉장히, 정말 굉장히 넓었다. 비행기 탑승까지 남아도는 게 시간이었기 때문에 모든 곳을 다 싸돌아 다녀보기로 했다.

대부분 닫혀있었지만 어느 위치에 무슨 가게가 있는지, 아침은 어디서 먹을지 생각하면서 돌아다녔다.

모든 곳을 쉴 새 없이 걷고 돌아다니는데 4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곳곳에 지도와 상점 정보들을 보여주는 화면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대부분 오전 6시부터 오픈하는 듯 했다.

탑승 게이트 바로 앞에 있는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기다렸더니 6시가 되었다.



푸드코트에서 먹으려니 대부분의 메뉴가 기본 만원 이상이었다. 공항이 임대료가 비싼 걸로 유명하긴 하니까 가격 또한 비싼 건 어쩔 수 없지만... 너무 비싸서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일본 가는 기념으로 모스버거를 먹기로 했다. 굳이 일본에서 모스버거를 먹을 이유는 없으니까 지금 먹기로 했다.

궁금해서 공항 한정 세트를 주문했다. 감자튀김이 나오는 줄 알고 시켰는데 대신 가라아게가 나왔다.

기대하지 않고 먹은 가라아게는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아침을 먹고 나오니까 사람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여행일정이 끝난 듯한 외국인 관광객들, 단체로 여행하러 가시는 듯한 어르신들, 출근하는 가게 직원들까지 다양했다.

유리문 건너로 출국심사장을 들여다보았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한명도 없었는데.


여전히 남는 게 시간이었다. 탑승동 2층으로 갔다. 환승 비행기를 기다리는 듯한 외국인이 많았다.

의자와 누울 수 있는 소파가 많이 놓여져 있었다. 피곤해서 눕고 싶긴 했는데 왠지 부담스러워서 그냥 지나쳤다. 좀 더 지나니 샤워장과 마사지샵도 있었다. 인천공항이 만족도가 높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부대시설, 편의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다시 탑승 게이트 앞 의자로 돌아와 기다린 끝에 탑승 수속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비행기에 탔다. 너무 졸려서 그런지 내가 이륙한 것만 확인하고 창문에 기대서 잠들어 버렸다.

1시간 정도 지나서 일어나니까 출입국 카드를 나눠주고 있었다.

출입국 카드를 쓸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은 '잘못 썼으면 어떻게 하지'다. 계속 신경 쓰인다. 잘못 썼다면 도착해서 다시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지만 시간이 지연된다는 게 너무 신경쓰인다. 여기에는 이렇게 쓰는 게 맞는지 아닌지... 영어로 써야하는지 일본어로 써야하는지... 집주소를 써야하는지 도시명만 쓰면 되는건지... 결과적으로는 무사통과했다.




비행기는 역시 왼쪽 창가 자리에 앉아서 사진 찍는 게 제 맛이지. 왼쪽 창가 자리는 기대서 자기도 편하다. 자고 일어나자마자 찍은 사진.


일본 하늘은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비구름이 잔뜩 끼었었다. 비행기가 구름 아래로 내려오자 빗방울이 하나 둘씩 창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이 때가 오전 9시 40분쯤이었다.



나리타 공항 도착 예정 시각은 오전 10시 25분이었는데 도착은 9시 50분에 했다. 예정 시간보다 훨씬 일찍 구름 위에서 내려오더니 설마설마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왜지...

입국 수속하고 짐까지 찾으니 오전 10시. 원래 이렇게 빨리 끝나진 않는다. 입국 수속할 때는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 시간이 지체되는 게 보통인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줄도 안 서고 끝냈다. 시간을 벌었으니 나야 이득이지만.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까지 가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넥스, N'EX)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고 스카이라이너로 우에노로 가는 방법도 있고 전철을 타는 방법도 있고 공항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게이세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단돈 1,000엔(인터넷 예매 시 900엔)으로 도쿄 역까지 이동할 수 있는데 이동 시간 또한 나리타 익스프레스나 스카이라이너하고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 20분 정도?

다만 도착하는 장소가 각각 다르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도쿄 역은 물론, 시부야, 신주쿠, 이케부쿠로, 심지어 요코하마와 오후나까지 바로 갈 수 있고, 스카이라이너는 우에노 역까지 바로 갈 수 있다. 게이세이 버스를 탈 경우에는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서 도쿄 역에 도착해서 전철을 또 타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스카이라이너는 편도 2,470엔,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왕복권(4,000엔) 이용시 편도 2,000엔이다. 나는 무조건 비용 절약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게이세이 버스를 택했다. 결론적으로는 여행 일정, 상황에 따라서 알맞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도쿄 역으로 가는 게이세이 버스를 타기 위해 공항 안에 있는 게이세이 버스 카운터에서 예약 이메일을 보여주고 표를 받았다.

내가 있던 곳은 나리타 공항 제2터미널이었는데 여기서 출발하는 가장 빠른 버스 시간이 10시 45분이었다.



도쿄 역으로 가는 19번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렸다. 비가 그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땅이 젖어있었다.


도착한 게이세이 버스를 타고 도쿄 역으로 이동했다.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역까지 가는 길은 도심 속의 미로를 통과하는 기분이 든다.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데 그 사이의 고가도로로 지나가는 것이다. 어떤 길은 한강의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 같이 고가도로가 이중, 삼중으로 층층이 되어있는 고가도로도 있다. 도시 풍경이 서울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느끼는 점이 바로 이런 점이다.


도쿄 역에 도착해서 내렸더니 흰 와이셔츠에 검은 정장 바지를 입고 있는 직장인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쿄에 왔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JR 도쿄 역으로 가서 무기명 스이카 카드를 사서 5,000엔을 충전한 뒤 짐을 잠시 놓기 위해 주조 쪽에 다녀온 뒤에 신주쿠 역으로 향했다. 신주쿠에 혼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신주쿠 교엔.


신주쿠 역에서 동남쪽 광장 출구로 나와서 고가도로 위로 쭉 걸어내려가다 보면 도심 속에 초록 나무 숲이 우거져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는데 그곳이 신주쿠 교엔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의 로케이션 장소로 유명하기도 하다. '언어의 정원' 속 신주쿠 교엔에서 장마철 비구름으로 하늘이 가려진 채 비가 조금씩 내리는 분위기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마침 장마철이기도 하고 오후 4시면 입장할 수 없기 때문에 따로 찾아갈 여유가 없었던 터라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입장료는 200엔이었다. 입장료 발매기에서 100엔짜리 동전 두 개를 넣고 티켓을 뽑아 바코드를 찍고 들어가면 된다.



처음 들어오면 이런 안내도가 맞이해준다. 생각보다 넓었다. 혼자서 느긋하게 다 돌아보는데 1시간 걸린 것 같았다.

여기서 느긋하게 돌아보고 '언어의 정원'에 나왔던 장면을 인터넷 검색 없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찾아보기로 했다.


들어와서 잠깐 걸어보면 굉장히 평범한 공원의 풍경이다. 비를 맞은 나뭇잎들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비를 맞아 올라오는 흙냄새가 좋았다.



이렇게 넓은 잔디밭도 있다. 날씨 좋을 때 찾아오면 돗자리 깔고 도시락 까먹기 좋게 생겼다. 애완견 데리고 산책 나오기도 좋아보였다.


저 멀리 유리로 된 온실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내 기억으로는 이 온실의 입장 마감 시간이 3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가 오후 2시 10분 정도였기에 먼저 돌아보기 딱 좋았다.



안은 온실이어서 그런지 바깥만큼이나 습도가 높고 후덥지근했다. 그래도 꽤 볼만 해서 계속 돌아다녔다. 식물을 관리하는 사람 빼고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신주쿠 교엔은 굉장히 넓기 때문에 출입구가 여러 군데 있다. 내가 들어왔던 곳은 신주쿠 출입구였다.



수국이 굉장히 많았다. 장마철 비구름이 끼어 있는 분위기에 빗방울이 붙어 있는 수국잎이 좋았다.



드디어 첫 연못을 발견했다. 아쉽지만 내가 찾던 곳은 아니었다. 다른 연못을 찾아 나섰다.



젖어있는 땅에 간간히 내리는 빗방울, 잠시 비구름이 개어 나뭇잎 사이로 내리는 햇볕도 좋았다. 비에 젖은 흙냄새는 여전했다.



저 멀리 NTT 도코모 빌딩이 있었다. 날씨가 조금씩 개기 시작했다.



큼직한 나무들이 굉장히 많았다.


1시간 동안 쉴 새 없이 걷는 바람에 다리가 너무나 아팠다. 연못 바로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20분 동안 축 늘어져 눈을 감고 쉬었다. 조금씩 부는 바람과 소리가 좋았다.


드디어 언어의 정원 속의 풍경을 찾았다. 연못 사이로 놓여진 나무 다리, 그 뒤에 있는 정자.

정자에 두 남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에 정자 사진을 가까이서 찍진 못했다. 너무 아쉬웠다.



대신에 더 큰 다른 정자에서 더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 때 날이 완전히 개어서 햇볕이 들기 시작했다. 비구름이 껴 있을 때가 더 좋았지만...



오후 3시 반이 되서 이 곳을 나왔다.


신주쿠에 온 김에 근처에 있는 도쿄 도청 전망대에 다녀오기로 했다.

도쿄 도청 전망대는 도쿄 도청 건물에 일반인 대상으로 무료로 개방해 놓은 전망대이다. 도쿄 타워 근방에 딱히 갈 이유가 없어서 다녀올 계획은 없었고 도쿄 스카이트리는 입장료가 너무 비쌌기 때문에 꿩 대신 닭으로 이곳을 찾아왔다.


도쿄 도청으로 가는 길에는 회사 건물이 굉장히 많았다. 그만큼 밖에 나와서 쉬고 있는 직장인도 많았다.



도쿄 도청 건물은 겁나게 컸다. 건물 끝에서 끝까지 걷는데 5분~10분은 걸린 것 같다. 그리고 겁나게 높기도 했다.

도쿄 도청 건물 벽과 안에는 2020년 도쿄 올림픽과 패럴럼픽의 로고가 큼직하게 걸려 있었다.



전망대는 두 군데가 있는데 한 곳은 밤 늦게까지 오픈하고 다른 한 곳은 좀 더 일찍 문을 닫는다. 귀찮아서 한 군데만 올라갔다 오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타기 전에 보안 요원이 간단한 짐 검사를 하고 있었다. 가방 지퍼만 오픈해서 살짝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는 중국어와 한국어가 섞여들렸다.



낮에 본 도쿄의 풍경의 첫인상은 '삭막하다'였다. 녹색이 거의 보이지 않고 오로지 건물들만이 저 멀리 끝까지 빽빽이 들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밤에 왔으면 야경이 꽤 멋졌을지는 모르겠지만 밖에서 본 직장인들이 떠올라서 그리 좋은 느낌은 받지 못했다. 풍경 잠깐 보고 기념품 가게 잠깐 구경한 뒤 얼마 버티지 못하고 10분만에 내려왔다. 도쿄 도청 전망대보다 거대한 도쿄 도청을 보았던 게 훨씬 더 기억에 남았다. 높은 곳에서 경치 구경하기에는 밤에 찾아오거나 스카이트리에서 보는 게 훨씬 나은 것 같다. 다녀온 사람들 평도 꽤 좋았고 친구가 꼭 다녀와 보라고 말하기도 했으니까. 비싸서 결국 못 갔지만.


신주쿠 근처를 둘러봤지만 딱히 할 것도 없고 볼 것도 없는 것 같아서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소문으로만 듣던 아키하바라로 갔다.



아키하바라역 전기 상점 출구로 나오면 근처에 있는 신축 라디오 회관.



거대한 타이토 스테이션 간판과 소프맵.


너무나도 궁금했던 곳이기 때문에 잠시 갔다왔다. 다른 날 일정에도 있으니 구경만 하고 잠시 미뤄두었다. 피곤해서 숙소로 돌아갔다.


우에노에 있는 한 캡슐 호텔이 숙소였는데 도쿄로 출장 온 듯한 직장인들이 굉장히 많았다. 피곤에 절어있는 모습들이 눈에 선했다.

내가 묵었던 캡슐 호텔은 욕탕도 함께 있었던 터라 자기 전에 욕탕에 들어가고 아침에 일어나서 욕탕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욕탕에 몸을 담궜다가 야외로 나오면 느낄 수 있는 그 시원함.

단점은 각각의 캡슐에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다. 프론트에 가서 직접 물어봤더니 에어컨을 켤 수 없다고 한다. 더우면 복도의 에어컨 온도를 조절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입구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잠을 청해야 잠들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신경 쓰였던 점은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행히 내가 묵었던 곳은 조용했지만 내가 소리를 낼까봐 최대한 신경쓰느라 좀 피곤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아사쿠사, 시바마타, 그리고 이케부쿠로에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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